제주살이 1년 해보면 은근히 돈이 많이 빠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뭔가 자잘하게 빠져나가니 누구 탓을 하기도 애매하고 포지션을 잘 잡아야겠구나 우유부단하게 살면 안 되겠구나 바로 느끼게 됩니다.
제주도에서 살면서 쓰는 돈이야 다 찾아보고 내려가는 거니 그렇다고 치지만 육지에서 지인들이 요청하는 것들은 내 생각보다도 더 큰 부담인 경우가 많아서 참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본인들은 그냥 가벼운 부탁이라 생각하는데 그 부탁을 들어주려면 하루를 통으로 날리는 경우도 있고 내 주변에는 그렇게 부탁하는 지인들이 적어도 10명 이상은 되니 그거 하나하나 다 들어주면 금전적인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부부가 제주도에 내려가면 일단 한쪽의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이 있고 거기에 부부 양쪽의 지인들을 다 따져보면 최소 10~20명의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들에게 겨울이면 귤을 보내줘야하고 가을에는 갈치를 보내주고 그런 식으로 뭔가 제주도에 살면 보내줘야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육지사람들은 제주도에서 보내는 것들은 다 저렴하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제주도에서도 귤이 막 공짜로 나고 그런건 아니며 귤농장이 있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보내지 일반 육지것들이 제주도에 1년살이 하러 내려와서 귤을 보내려면 동문시장 같은데에 가서 박스당 택배비 5천원씩 다 내고 보내야합니다.
저도 겨울이면 동문시장에 가서 친척들 주소 다 메모장에 적어놓고 가서 4~5박스씩 보내주고 했었습니다.
그거 귤값은 빼고 택배비만 해도 5곳이면 2만5천원이고 6곳이면 3만원입니다.
귤도 전혀 싸지가 않아서 그렇게 한 번 보내면 돈 10만원이 사라지고 그렇게 보내러 시장에 왔다갔다하는 것도 일입니다.
제주산 갈치가 맛있다더라 하면 또 그거 보내줘야하는데 제주도에서도 생물 갈치는 엄청 비싸서 저도 딱 한 번 보내봤고 그 뒤로는 그냥 냉동갈치 담아서 보내주곤 했었습니다.
선물을 보내는 건 그냥 돈 내면 되는 거고 나중에 나도 선물을 받는 날이 있으니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에 있으니까 제주에 뭔가 일이 생기면 다 나한테 물어보고 나한테 해달라고 하는 게 가장 귀찮고 짜증납니다.
육지에서 손님이 내려오면 공항까지 차로 마중을 나가야하고 여행하는 기간동안 운전해줘야하고 가는 날이면 공항까지 태워주고 그게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올때마다 해야하는 일입니다.
휴가철이면 한달에 3~4번씩 손님들이 오는 경우도 있었고 날씨도 더운데 야외에서 사진찍고 그러는 거 도와주고 하느라 더위먹은 적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연락이 반갑고 놀러온다고 하면 신나고 재밌고 했었는데 제주에서 한 5년 살다보니까 가끔은 잘 놀다가 가라고 그냥 차 빌려주고 숙소 잡아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놀러오면 제주도에 지인이 있는 사람들은 그냥 숙소도 안 잡고 재워달라고 하는데 1년에 손님이 1~2명 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지인들이 매달 1~2명씩 꾸준히 찾아온다고 생각해보면 참 귀찮겠구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녁에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만났더니 차가 안 잡힌다며 도와달라고 해서 결국은 와이프한테 차 끌고와달라고 해서 저녁에 월정리까지 태워준 적도 있고 별 일들이 다 있었습니다.
한 번은 탑동에 있는 수협공판장을 새벽에 가면 갈치를 박스로 싸게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보내달라고 하길래 새벽부터 일어나서 탑동까지 차를 타고 가서 갈치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더니 답변도 없고 아침에서야 “그냥 안 살래”라고 카톡이 온 적도 있었습니다.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차 끌고 탑동까지 왔는데 정작 부탁한 놈은 ‘안 살래’한마디로 끝내고 답장도 아침에서야 보내고 이게 뭐하는 건가 싶더군요.
제주도에 사는 건 정말 재밌고 행복했었는데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 몇몇 지인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고 참 씁쓸한 사건들이 많았었습니다.
제주살이 1년 하다보면 육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때문에 돈도 시간도 많이 날리는 일들이 생길텐데 아무쪼록 다들 현명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