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km 행군 가던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남

지난주 토요일에 서울 둘레길을 걷고 집까지 걸어온 적이 있습니다.

둘레길 자체도 거의 5시간 가까이 걸리는 코스였는데 집까지 걸어오니 엄청 피곤하더군요.

그 중간에 쉴때 갑자기 군대 행군 이야기가 나와서 예전 기억을 살펴보니 대략 45km정도가 기본이었던 게 생각나서 그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1시간에 55분 걷고 5분 휴식하고 5km정도를 갔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그렇게 총 9시간을 걸으면 45km을 갈 수 있었다고 했는데 이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대충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9시간만에 완주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행군 도중에 1시간 정도는 육개장 컵라면을 먹으면서 쉬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대략 10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습니다.

한 9시간정도 걷다보니 군대 행군 이야기가 나와서 그 이야기만 해줬을 뿐이고 군대에서는 대략 25km정도 되는 군장을 매고 총까지 어깨에 걸친 상태로 행군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만 했을 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와이프가 뜬금없이 나는 군장이 필요없다고 하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서 모든 일행이 다 어이없어했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군대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엄청 예전의 일임에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일반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천리행군처럼 400km을 걷는 훈련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00km짜리 행군은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유격훈련을 하고나서 마지막 날에 갔던 행군이었습니다.

유격훈련을 3박4일인지 4박5일인지 하고서 마지막 날이었는데 유독 마지막 날에 앉아다가 일어서기를 무지막지하게 시켰던 조교가 기억납니다.

오늘 행군을 해야하는데 이 미친 것이 적당히 시켜야지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말도 안 되게 많이 시키길래 미쳤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 바로 행군을 출발했는데 뭔가 컨디션이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여 저녁을 먹을때 특정 장소에 도착해서 밥을 간단히 먹고 그 다음 계속 밤새 걷다가 새벽에 또 휴식장소에 도착해서 육개장 사발면을 먹고 1시간정도 쉬었습니다.

그렇게 쉬다가 새벽에 꾸벅꾸벅 졸면서 걸은 후 그 유명한 깔딱고개를 올라가서 또 잠시 쉬고 아침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다리를 절뚝이며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밤새 잠도 못 자고 그렇게 깔딱고개를 넘어서 내려와서 자대까지 복귀하는데 자대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고 연병장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막걸리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수육에 막걸리를 한 잔 하고서 내무반으로 들어가서 군복을 벗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돌린 후 각자 취침에 들어갔는데 그 100km 행군을 한 후 이틀 정도는 제대로 못 걸었던 게 기억납니다.

물집은 기본이고 반창고도 붙이지 않고 그냥 지내다보니 굳은 살이 박히면서 군생활 중 2번 있는 큰 행군 중 하나가 끝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오랜만에 예전의 기억이 살아나면서 은근 재밌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 어떻게 그 먼 거리를 걸었나 싶기도 한데 아무리 군대가 편해졌어도 군대는 군대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놈의 군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게 하나도 없고 어떻게 지휘관이라는 것들이 책임회피만 하는건지 참 어이없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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