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살얼음이 낀 아주 시원한 막국수 한그릇이 엄청 땡깁니다.
시원한 냉면을 먹으면 먹는 동안에만 시원하지만 막국수를 먹으면 먹고 난 이후에도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냉기가 몸에 스며듭니다.
메밀이 찬음식이라 더욱 그런 것 같은데 시원하게 한그릇 하고 나오면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사실 막국수는 전문점에서 처음 접해봤다기보다는 족발집이나 닭갈비집에서 처음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철판닭갈비집이 처음 생겼을때 가서 닭갈비를 먹다가 막국수가 있어서 시켜먹어봤는데 물냉면처럼 나오는 그 비주얼이 참 좋았고 육수가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서 종종 먹곤 했습니다.
막국수라는 게 냉면이랑 비슷한거구나 그때 처음 알았고 이후 족발집에서 배달을 시키면 쟁반막국수가 나와서 이렇게 비빔형식으로도 먹는구나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막국수 전문점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는 물냉면처럼 살얼음이 낀 육수에 김가루, 그리고 깨가 잔뜩 뿌려져있는 비주얼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물냉면이랑은 좀 다른 매력이 있는 메뉴였는데 면이 툭툭 잘 끊어져서 냉면보다 훨씬 먹기 편했습니다.
그 이후로 종종 막국수를 먹으러 다녔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물막국수는 물냉면이랑 비슷한 음식이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족들끼리 강원도를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맛집을 찾다가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영광장 막국수집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엄청 더운 여름이라 빨리 들어가서 시원한 막국수 육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는데 그 집은 내가 아는 그런 물막국수가 아니라 동치미 육수를 살짝 넣어서 먹는 물비빔막국수였습니다.
다들 시원한 육수가 간절했는데 시원한 육수맛으로 먹는 게 아닌 자작하게 먹는 막국수였고 설탕이랑 식초, 참기름, 겨자를 섞어먹는 방식이라 더욱 이상했었습니다.
먹긴 먹었는데 다들 뭔가 별로인 것 같은 눈치였고 역시나 가는 길에 물어보니 이상하다 별로였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집은 다신 안 오겠구나 하고 돌아갔었는데 이후 몇년쯤 뒤에 강원도에 갈 일이 생겨서 또 막국수집을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저희가 갔던 곳은 영광정 막국수 속초점이었고 이후 다시 검색한 곳은 양양에 있는 영광정 메밀국수였습니다.
두 곳이 같은 곳인지는 잘 모르겠고 저희는 유명하다고 하니까 여길 한 번 가보자하고 가게 된 거였습니다.
양양에 있는 영광정 메밀국수를 들어가서 막국수를 주문하고 잠시 뒤에 막국수가 나오는데 예전에 속초에서 먹었던 거랑 비슷하게 나오길래 그때 여기가 거기인가 그 생각이 스쳐지나갔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나온 막국수도 국물이 없이 비빔소스만 담겨서 나왔고 옆을 보니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해서 또 설명이 나와있길래 동치미 2국자를 넣고 식초, 설탕, 참기름, 겨자를 대충 넣어서 비벼먹어봤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때 먹었던 맛보다 훨씬 맛있는 막국수가 나와서 놀랐었습니다.
그때는 너무 더위를 먹어서 그랬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동치미육수를 살짝 넣어서 자작하게 먹는 막국수도 충분히 맛있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맨날 육수가 듬뿍 나와있는 물냉면같은 막국수만 먹다가 직접 설탕이랑 식초, 참기름, 겨자를 섞어서 먹는 막국수를 먹으니까 이것도 굉장히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가끔 그때 먹었던 그 맛이 생각날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입맛이 없어서 시원한 막국수 한그릇이 땡겼는데 그때 먹었던 그 영광정 메밀국수는 조만간 기회가 되면 꼭 가서 사먹고 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