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토를 처음 할때는 포토캐논 하나만 지음

처음 피씨방에 갔을때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동네에 피씨방이 생겼지만 저는 할 줄을 몰라 그냥 그런 곳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아는 형이 피씨방을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셋이서 갔는데 할 줄을 몰라 피씨방 사장님한테 3명이 할거라고 방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겨우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각 피씨마다 CD를 넣고 플레이를 해야했고 IPX로 들어가서 방 만드는 것도 몰라서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처음 하는거니 뭘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랐지만 같이 갔던 형이랑 친구놈은 병력을 뽑아서 컴퓨터를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일단은 일꾼들을 미네랄에 붙여서 돈을 캐고 가스캐는 것도 몰라서 그렇게 캔 돈으로 포토캐논 하나만 열심히 짓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제 기지로 왔는데 포토캐논 밭이 알아서 방어를 해주는 걸 보고 일꾼들이 열심히 모은 돈으로 계속 포토캐논만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포토캐논 밭을 만들고 그 이후로 질럿을 한마리씩 뽑아서 상대방 지기를 구경가고 있는데 벌써 게임이 끝났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제가 제 기지만 방어하는 동안 형이랑 친구놈이 알아서 컴퓨터를 다 까고 다녔던 겁니다.

그 오묘한 기분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습니다.

뭔가 생산기지에서 만들어내고 방어를 해내고 뽑은 병력으로 공격을 가고 모든 것들이 너무 신기해서 그 이후에는 돈을 모아서 피씨방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스타였지만 마무리는 리니지였던 게 흠이긴 한데 아무튼 그렇게 스타크래프트를 피씨방에서 배워서 친구들이랑 저녁 늦은 시간에도 1~2시간씩 게임을 하고 집에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은 새로 사귄 친구놈들이랑 피씨방을 가서 역시나 또 1:1:1:1로 스타크래프트를 했는데 편을 먹고 하는 게 아닌 각자도생이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싸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들 방어하고 병력을 200까지 꽉 채우고 나중에 서로 공격을 했는데 그 중 한 친구는 포토캐논 밭을 만들면서 계속 방어만 하고 있었습니다.

1시간이 지나서 이제 슬슬 나가야하는데 이 친구는 방어만 하고있다가 200 병력이 다 녹은 틈을 타서 캐리어로 공격을 들어오길래 제가 엄청 빡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때 왜 그렇게 빡이 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수비만 하고있으면 게임이 언제 끝나냐고 화를 냈던 그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짜증을 내고 집에 와서 나중에 다시 화해를 하긴 했지만 결국은 제가 또 이상한 부분에서 화를 내서 사이가 틀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학창시절에 참 좋은 친구들이 많았었는데 제 그지같은 성격때문에 하나둘씩 떠나간 탓에 지금은 남아있는 친구들이 몇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친구들은 제 그지같은 성격을 알기 때문에 알아서 이상한 포인트에서 피해주고 이해해주고 나중에 사과해도 괜찮다 해주는 참 고마운 녀석들입니다.

뒤늦게라도 이 친구들이 고맙다는 걸 알게 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상한 포인트에서 화내지 않고 짜증내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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