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에선 아침에 주번이 우유를 가지고 와서 그걸 친구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급식비가 필수인 것처럼 우유도 거의 필수로 마셔야했는데 문제는 아침에 가져오는 우유는 이가 시리도록 차가웠다는 점입니다.
그때는 우유를 마시면 배가 꾸룩거린다는 것도 몰랐고 인터넷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나눠주면 마셨었고 가끔 우유에서 비린내가 난다거나 너무 차가워서 먹기 싫다고 하는 친구들은 아예 안 마시고 그냥 남겨놓은 적도 많았습니다.
각 반마다 안 마신 우유가 4~5개씩은 매일 남았는데 그렇게 남은 우유는 주번들이 학교 끝나고 분식집에 가져다주면 우유 1개당 100원씩 쳐줘서 떡볶이나 빙수 같은 걸로 먹을 수 있게 해줬습니다.
우유가 10개 넘게 남은 날은 주번들끼리 아주 분식집 파티를 벌이는 날인데 그때는 떡볶이도 300원~400원 이렇게 시켜먹던 시절이라 떡볶이 한 접시 주문하고 빙수 하나 주문하고 오뎅도 먹고 엄청 푸짐하게 시켜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직접 갈아서 시럽을 뿌려주는 빙수가 250원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얼음을 갈아서 위에 시럽만 뿌려주고 우유만 살짝 뿌려주는데도 그게 그땐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저학년인 시절에는 우유를 그대로 마셨지만 5~6학년이 되고서부터는 네스퀵 같은 걸 가져와서 타먹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누구 한 명이 그걸 타먹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다른 아이들도 같이 가져와서 타먹곤 했는데 우유곽을 열고 가루를 붓고 잘 닫은 다음에 그걸 열심히 흔들어서 마시면 아주 맛있는 초코우유로 변하니 그게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국민학교때는 이상하게 주번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학교때부터는 주번을 했을때가 잘 기억납니다.
매 수업이 끝날때마다 복도로 나가서 칠판지우개를 열심히 털고 드륵드륵 칠판지우개 털어주는 기계도 쓰고 칠판도 지우고 그러다보면 10분밖에 없는 휴식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매번 짜증났었습니다.
화장실도 가야하는데 이것저것 뒷정리를 해야하니 빨리 주번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책상 옮기는 것도 학생들이 다 해야했고 심지어 책걸상이 오래되서 바꾸는 작업도 학생들이 직접 했었습니다.
책상을 들고서 운동장까지 가져가서 한쪽 구석에다가 차곡차곡 쌓는 작업을 점심 먹고서 했었는데 아주 귀찮고 짜증났지만 그때마다 선생님들은 학교의 주인이 너희들이니 이건 주인인 너희들이 하는 게 맞다고 매번 강조했습니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인데 왜 선생님들은 주인들을 부려먹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양아치같은 선생들도 많았는데 그 선생들이 다 은퇴하고 지금은 연금 받아가며 꿀을 빨고 교장이 되서 젊은 선생님들한테 훈계를 하고 지적질을 하면서 사는 걸 보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