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때 아침 교문앞에선 종종 엠씨스퀘어 홍보책자를 나눠주곤 했었습니다.
지금 기억하기로 가격이 거의 10만원대였던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튼 그 시기에도 꽤 고가의 제품이긴 했습니다.
홍보책자에는 전국의 중고등학생 얼굴이 다 나와있고 어느 학교인지 원래 성적은 어느 정도였는데 지금은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등등의 간단한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보면 전국 300등정도에서 갑자기 전국 50등으로 드라마틱하게 성적이 오른 학생들이 있어서 이게 진짜 아예 효과가 없는 제품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주변에 이걸 쓰는 친구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대놓고 학교에 가져오진 않았습니다.
아마 집에서 몰래몰래 쓰곤 했겠죠.
그래서 이게 어떤 제품인지는 아예 몰랐는데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무슨 뚜뚜뚜뚜 소리가 나오고 그걸 끼고 공부를 하면 집중력이 올라간다나 어쩐다나 그런 내용이 나왔습니다.
지금이야 뭐 이걸 사용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진 않았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때는 워낙 성적이 안 나오니 엠씨스퀘어 한 번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홍보책자를 항상 부모님이 잘 보이는 자리에 가져다놓곤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사고싶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사줬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더 혼이 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걸 사줄만한 집안 사정도 아니었기에 그냥 저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었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대체 어떤 제품이었나 궁금한 생각에 찾아봤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딱히 별 게 아니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엔 돈 때문에 서러웠던 일들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친구들이랑 다 같이 다니는 학원에서 학원비가 없어서 어머니가 편지를 직접 써주셨는데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무슨 내용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다음달에 같이 모아서 주겠다는 그 정도의 내용일 줄 알았는데 구구절절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며 공짜로 아이를 가르쳐줄 수 있겠냐는 그런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이것도 나중에 들은 소리였는데 그냥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거기서 그렇게 배웠던 영어는 결국 학교 수업용이 아닌 회화용이었기 때문에 성적에 큰 효과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분이 선생님이었고 계속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이었는데 그 덕분에 영어가 낯설거나 어렵진 않았지만 문법과는 관련이 없었기에 성적은 그대로였던 게 기억납니다.
어릴땐 친구들이 하나씩은 다 다녔다던 태권도학원이나 웅변학원, 속셈학원도 하나 다니지 못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겨우 그룹과외를 하나 다녔었는데 그것도 집안 사정상 무리해서 보낸거여서 더이상 뭘 해달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철도 없었고 참 이래저래 힘든 시절이었네요.
진작에 공부는 나랑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면 부모님들도 그걸 인정했다면 좀 더 쉬운 길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부모님도 딱히 어떤 길을 제시해줘야할지 몰랐기 때문에 서로 힘들게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 만약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해도 저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충분히 할 만큼 해봤고 그래도 안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서 일찍 돈을 벌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