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까지만 해도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그냥 일주일에 1~3번씩 해먹는 편이고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할 줄 아는 음식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밖에 없고 김치랑 된장은 집에서 항상 싸주니까 간단한 재료들만 사와서 밥하고 찌개해서 먹곤 했습니다.
밥통이 있으니 밥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고 집에 김치가 있으니까 찌개를 하고 싶으면 두부랑 양파랑 버섯 정도만 사와서 김치찌개를 끓여먹었습니다.
된장찌개는 애호박이 1개당 990원정도 할때 사다가 두부랑 애호박이랑 감자랑 넣고서 끓여먹었는데 30대까지만 해도 재료가 간단하니까 그냥 해먹는 정도였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꼭 한 번씩은 먹어야하는 필수메뉴로 바뀌었습니다.
피자나 치킨, 짜장면이나 탕수육 같은 걸 먹으면 속이 느끼한데 그때마다 김치찌개를 먹어주면 느끼한 게 싹 없어지더군요.
젊었을때는 피자나 치킨, 햄버거, 탕수육, 짜장면 같은 음식들을 먹어도 속이 느끼하다거나 그런게 없었고 튀김도 있으면 그 자리에서 싹 먹어치울 정도로 좋아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튀김을 막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한 끼를 튀김으로 해결했으면 그 다음 끼니는 무조건 김치찌개를 먹어야할 정도로 찌개매니아가 되어버렸습니다.
왜 직장에서 차장님이나 부장님들이 항상 점심마다 찌개를 먹으러 가는지 알겠더군요.
떡볶이가 땡기면 김치찌개에 떡국떡을 대신 넣어서 먹으면 되고 면이 땡기면 부대찌개에 라면사리를 넣어서 먹으면 되고 뭐든 찌개랑 연결을 해버리니까 좋은 점이 메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
요즘은 그래서 점점 일주일에 찌개먹는 날이 많아지고 있고 이러다가 한 20년쯤 뒤엔 매일매일 찌개를 먹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속이 느끼하다는 것은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이가 드니까 점점 소화가 잘 된다고 느끼는 음식 위주로만 먹게되는 것 같습니다.
맛있어서 먹는 것도 있지만 먹었을때 탈이 없는 그런 음식들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 같아서 예전에 왜 어른들이 그랬는지 직장 상사가 그랬는지 이제서야 좀 알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예 내일 점심에 먹을 김치찌개를 하나 끓여놨는데 미국산 삼겹살 구워먹고 남은 게 좀 있어서 그걸로 끓였더니 국물이 아주 기가막히게 됐습니다.
국물 좀 떠먹고 맛있어서 밥 하나 해버릴까 하다가 겨우 참았네요.
요즘은 돼지고기가 괜찮으면 김치찌개가 생각나고 소고기가 괜찮으면 된장찌개가 생각나는데 소고기 기름이 많이 나오면 그걸 모아서 된장찌개를 끓이곤 합니다.
소고기랑 기름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고깃집에서 끓여주는 아주 진한 된장찌개맛이라 특히나 맛있습니다.
홈플러스에서 미국산이나 호주산 부채살을 싸게 팔면 사다가 구워먹고 1~2장 남겨서 그걸로 미역국이나 소고기무국, 된장찌개를 끓여먹곤 하는데 이렇게 또 생각나는 걸 보니 이제 또 슬슬 소고기를 주문할 때가 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