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가 익충으로 분류되는 이유를 적어봅니다.
요즘 바깥에 잠깐만 나가도 눈앞을 까맣게 뒤덮는 벌레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 정말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아파트 단지 산책로를 걷다가 옷에 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달라붙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는데요.
바로 머리와 가슴 부분이 붉은빛을 띠고 항상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날아다니는 ‘러브버그(정식 명칭: 붉은등우단털파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창틀에 빼곡하게 붙어 있는 비주얼을 보면 솔직히 온몸에 소름이 돋고 “대체 저런 유해한 해충은 왜 안 없어지는 거야?” 하고 짜증부터 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이 징그럽게 생긴 녀석들이 해충이 아니라 생태계에 꼭 필요한 ‘익충(이로운 곤충)’이라서 함부로 강한 약을 뿌려 전멸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이 녀석들이 왜 익충으로 분류가 되는 것인지 지금부터 그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러브버그 유충의 대활약
러브버그가 익충 대접을 받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의 애벌레(유충) 시절에 아주 훌륭한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벌레들은 보통 숲속의 습한 흙이나 낙엽 더미 속에 알을 낳고 자라나는 이때 지렁이처럼 흙 속에 살면서 쌓여있는 썩은 낙엽이나 죽은 식물, 나무 찌꺼기들을 아주 부지런히 먹어 치우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숲속에 이런 분해자 생물이 없다면 산에는 매년 떨어지는 낙엽이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서 거대한 쓰레기산이 되고 식물들이 영양분을 얻지 못해 말라 죽게 됩니다.
러브버그 애벌레들이 지저분한 것들을 열심히 소화시켜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최고급 천연 비료(분변토)로 바꿔주는 셈이니 숲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등 공신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러브버그 성충의 대활약
짧은 애벌레 시절을 지나 날개가 돋아난 어른 벌레(성충)가 되어서도 이들의 착한 행동은 멈추지 않습니다.
러브버그는 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날아다니며 꽃에 앉아 달콤한 꿀과 이슬을 받아먹고 살며 이 과정에서 다리와 몸에 꽃가루를 묻혀 여기저기 옮겨주는 ‘가루받이(수분)’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봄철에 꿀벌이나 나비가 하는 일을 초여름에는 이 녀석들이 대신해 주는 것이고 덕분에 우리 주변의 식물들이 열매를 맺고 예쁜 꽃을 피워 생태계가 풍성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러브버그는 정말 착하게도 사람을 절대 물거나 쏘지 않습니다.
독성도 전혀 없고 징그럽게 날아다니기만 할 뿐 우리에게 질병을 옮기는 바이러스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주 깨끗하고 순한 곤충입니다.
오히려 이 녀석들이 초여름에 대량으로 태어나 주면서 주변에 사는 제비나 박새 같은 작은 새들, 그리고 개구리나 사마귀 같은 상위 포식자들에게 먹이로 제공되니 도시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아주 건강하고 튼튼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든든한 기초 체력이 되어줍니다.
러브버그가 익충으로 분류되는 이유 총정리
익충이라는 이유만으로 징그러운 걸 억지로 귀여워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대신 이걸 잡자고 동네에 독한 화학 살충제를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살충제 내성이 생겨 내년에는 더 강력한 기형 벌레들이 태어날 수도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으며 약을 치기보다는, 창틀 물구멍을 꼼꼼히 막아 집안 침입을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 하겠습니다.
다행히 러브버그는 수명이 고작 일주일 남짓으로 대단히 짧고, 6월 중순에 반짝 나타났다가 7월 초순 장마가 시작되면 거짓말처럼 부지런히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그때만 잠깐 참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