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방황하던 강아지 한마리를 데려와서 키우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심장사상충 때문에 병원도 자주 가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모두 이겨내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쓰레기통 뒤지는 안 좋은 버릇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교육을 참 많이 시켰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별 생각없이 집 앞에 지인이 물건을 가지고 왔다길래 그걸 받으러 아주 잠깐 나갔었는데 집에 들어와보니 순두부찌개가 싹 비워져있어서 순간 내가 이걸 다 먹고갔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분명히 뜨거운 순두부찌개가 식탁 위에 아주 많이 남아있었는데 그게 싹 비워져있었고 강아지 입을 확인해보니 뻘겋게 양념이 묻어있길래 엄청 혼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쓰레기를 뒤지거나 내가 먹던 음식을 몰래 훔쳐먹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는데 어떻게 올라왔는지 그 큰 몸을 가지고 식탁 위까지 올라와서 음식을 먹어치우는 걸 보고 진짜 경악을 했습니다.
사람이 있을땐 전혀 그런 행동을 안 하는데 사람만 집에 없으면 쓰레기를 뒤지고 먹을 게 있으면 무조건 다 먹어치우는 녀석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외출할때는 아예 먹을 것들을 싹 치우고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통 뒤지는 습관이 있어서 처음엔 쓰레기통을 현관에 내놓고 안전바를 세워서 아예 현관 밖으로 못 나가도록 막아놨는데 어떻게 뛰어넘었는지 안전바를 넘어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그 안에 있는 닭뼈를 싹 씹어먹은 적도 있습니다.
위험한 닭뼈를 다 뜯어먹어서 한 이틀간 뼈가 섞인 변을 보기도 했는데 결국은 그걸 다 소화시켜내더군요.
병원에 찾아갔더니 나중에 이상이 없으면 괜찮다고 일단 경과를 지켜보자고 해서 지켜봤는데 속이 안 좋은지 닭뼈를 먹은 날은 아예 억지로 변을 쥐어짜고 하더니만 이틀이 지나니까 싹 괜찮아져서 놀랐었습니다.
이후 쓰레기통을 아예 배란다쪽으로 내놓고 문을 닫고 나가는 걸로 패턴을 바꿨는데 여름이면 이게 아무래도 환기를 시키느라 배란다 문을 열어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배란다 창문을 열어놓고 문을 다 열어서 환기를 시켜놓고 사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집 앞에 있는 마트를 가야하는 상황이 오면 저도 모르게 그냥 나갈때가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그냥 정신을 놓고 바로 옷만 챙겨입고 나가는 건데 그러면 들어왔을때 어김없이 종량제봉투는 다 찢어져있고 쓰레기는 방 안에 다 퍼져있고 뼈든 뭐든 씹어먹은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또 이틀을 계속 아파하다가 다시 쌩쌩하게 돌아오곤 하는데 얼마 전에도 그래서 엄청 혼냈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얘는 혼나도 지가 뭘 잘못한지 모르는 눈치라 그냥 앞으로 나갈땐 문단속을 잘 하고 나가는 수 밖에 없겠다 싶어서 현관문 앞에 포스트잇으로 배란다 문, 안전바, 식탁 위에 음식 등등 주의해야 할 사항을 붙여놓고 한 번씩 그걸 확인하고 나가는 중입니다.
쓰레기통 뒤지는 버릇을 고쳐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내가 바뀌는 수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에 정신 차리고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